"어르신 안녕하십니까.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 차원에서
무료급식소를 일시 중단하오니..."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기존에 결식 이웃들을 지원했던 많은 곳이 문을 닫았다는 언론의 보도를 통해 결식 이웃들의 식량 안정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We are full when we are full (WAF) 프로젝트는 시작됐습니다. 감염병 발생과 같은 긴급 재난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어떤 집단이 가장 식량 안정 위험에 노출되는지, 어떤 장소와 어떤 지원 방식이 가장 안전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식량 지원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향후 재난 상황을 대비하여 현재 시스템에서 개선될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2020년 9월부터 11월까지 진행한 이번 가을 스프린트에서는 거리 두기와 비대면으로 인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으로 생각한 저소득 어르신을 관심 그룹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서울시는 노인복지법 제4조(보건복지증진의 책임), 서울특별시 고령친화도시 구현을 위한 노인복지 기본조례 제7조에 따라 연령, 소득 수준, 거동 불편 여부 등을 파악하여 판단하여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소득/차상위 계층 수급권자 등 저소득 어르신에게 제공되는 무료 식사 종류는 경로 식당, 도시락배달, 밑반찬 배달입니다. 무료 식사를 제공하는 많은 시설에서는 60세 이상 저소득 어르신을 무료 식사 지원 대상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소득별 어르신 인구(사회보장연구원), 식사지원사업별 인구(서울시) 파악을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습니다.
무료급식 사업별/항목별 예산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에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서울시 내 저소득어르신 무료급식시설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와 각 자치구에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하였습니다.
"누구나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으면
궁극적으로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데이터"
WAF는 저소득 어르신의 식량 안정과 관련하여 어떤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지, 어떤 식으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지 궁금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익데이터 실험실“은 관심이 있는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데이터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2019년, 2020년 데이터를 비교하면서 저소득 어르신들의 식량 안정을 위한 기반 환경은 어떠했고, 코로나 전(2019년)과 후(2020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관찰하였습니다. WAF는 가을 스프린트가 진행되는 동안 자치구에서 관리되고 있는 2019년과 2020년의 무료 식사 지원 사업 현황에 주목하였고, 이것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한 데이터는 크게 인구, 예산, 시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찾을지 정한 후에는 어떻게 데이터 구할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공공데이터가 제공되고 있었지만, 정확한 최신 데이터 파악을 위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관할 공기관의 답변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2020년 자치구 당 평균 저소득 어르신 인구는
약 8천5백명입니다.
2020년 8월 기준 자치구 당 평균 저소득 어르신 인구는 약 8,524명으로 전체 어르신 인구 중 약 14.24%가 해당하여 2019년 8월 약 7,113명 (12.05%)보다 무려 1,411명 증가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2020년 기준 저소득 어르신 가운데 홀몸 어르신 인구는 약 4,020명(46.7%)으로 저소득 어르신 중 두 분 중 한 분은 혼자 거주하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소득 어르신 가운데 실제로 무료 급식 지원을 받고 있는 인구는 자치구 평균 약 13.75%인 1,158명으로 2019년의 15.95%(1,103명)와 비교하여 대상 인원은 늘어났지만, 전체 저소득 어르신 중 비율은 다소 감소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경로 식당으로 무료 급식 사업 항목을 좁혔을 때의 2020년 자치구 평균 경로 식당 대상인원은 약 665명(7.83%)으로 2019년의 591명(8.54%)과 비교하여 대상 인원은 늘었으나, 참여 비율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2020년 자치구 당 평균 무료 급식 예산은
약 14억 1천 6백만원입니다.
저소득 어르신 무료 급식 지원을 위한 예산은 경로 식당 항목을 제외하고 2019년에 비해 2020년에 전반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020년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무료 급식 예산 평균은 약 14억 1천 6백만 원으로 2019년에 비해 약 1억 3천 7백만 원 증가하였습니다.
2020년 자치구 당 평균 무료식사지원시설은
약 8.64개입니다.
"중단 권고 지침이 내려운 이후 내부 협의를 거쳐 운영 방침을 세운 뒤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해 가능한 빠르게 운영 중단을 시행했습니다. "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강화된 8월에도 감염 확산으로 인해 많은 시설은 대체식 지급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운영을 재개했다가 다시 중단한 시설의 경우, 두 번째 운영 중단은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많은 시설들이 운영을 재개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많은 시설은 운영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0년 자치구당 약 5개의 경로 식당이
248일 동안 시설 운영을 중단했고,
이에 따라 자치구당 약 495명의 어르신은
대체식으로 식사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시설 운영을 중단한 경험이 있는 무료급식시설들이 처음 운영을 중단한 평균 시기는 2월 11일로 이미 많은 무료급식시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1차 유행이 확산된 2월 중순부터 일시적으로 시설 내 무료급식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시기 운영을 중단한 모든 시설들은 기존에 식사를 지원받으시던 어르신들이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보다 안전하게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대체식을 지급해왔다고 답했습니다.
감염 확산으로 인해 거리두기 시행이 길어지면서 대체식 제공 기간도 길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체식 구성은 시설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컵밥과 햇반 등 레토르트 식품을 위주로 신선 식품들이 함께 제공되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무료급식시설 담당자 분과의 대화를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따로 안부 전화를 드리기도 하지만,
어르신들을 매일 뵐 수가 없어서
건강 체크를 하기 어려운 점도 있습니다. "
시설에서 어르신들의 식사를 담당하시던 분들의 의견도 다양했습니다. 대체식 지급이 길어지면서 시설 관계자 분들은 어르신들의 식사 영양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의 심리적 건강도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감염 우려때문에 현재로서는 고령의 어르신들에게 대체식을 제공하는 것이 더 나은 면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체식으로 보관이 용이한 레토르트 제품을 제공하는데, 조리식보다 예산 맞추기가 어렵고 또 어르신들이 직접 해드실 수 있는 선에서 품목을 정하다 보니까, 식단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장기간 대체식을 드시는 상황이 영양면에서 우려가 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또 식사를 하러 오시면 어르신들의 안부를 매일 확인할 수가 있는데, 대체식을 제공하면 그럴 수 없어서,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가 가장 걱정이 된다는 답변도 있었습니다.
가을 스프린트는 끝났지만, WAF는 계속됩니다.
약 두 달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지금, 잠잠해졌던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뚜렷한 증가 추세로 돌아서면서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작년 이맘때의 일상이 멀게만 느껴집니다. WAF에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저소득 어르신들을 비롯하여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의 이번 겨울이 좀 더 따뜻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서 WAF는 코로나가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낸 결식 이웃의 식량 안정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데이터를 계속 다듬어나갈 계획입니다. WAF를 통해서 누군가 결식 이웃들의 식량 안정에 대해 좀 더 알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고, 나아가 또 다른 발견을 시작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WAF의 데이터는 서울시 저소득 어르신의 식량 안정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공개되어있습니다.